[미제스 와이어 5월호]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발생 원인(1)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 편집자주: 본 글은 두 편에 걸쳐 게재될 예정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이하 ‘무역적자’)가 상대방 국가의 관세 또는 비관세 무역장벽(수출 보조금, 부가가치세 등) 또는 환율 조작(국가에 따라서 세 가지 모두에 해당 될 수도 있지만 트럼프가 명시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다)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크게 대(對)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한국, 캐나다, 인도(이상 2024년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 상위 10개국) 등이 미국을 약탈하고 있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즉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문제는 그 수 많은 나라가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무역흑자가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 것이 관세 또는 비관세장벽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많은 나라가 대미 무역적자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점을 그대로 두고 볼 미국도 아닐 테니 말이다. 트럼프 주장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서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발생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와 머니타이제이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와 가장 깊게 관련이 있다. 이 때 재정적자는 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를 지칭한다. 미국 주정부의 재정적자도 작은 규모가 아니지만 잠시 제쳐두기로 한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로부터 화폐를 발행하여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것을 ‘머니타이제이션’(moneytization)이라고 한다. 물론 미국 연방 정부는 국채를 머니타이제이션하기도 하지만 세계의 민간(미국의 민간 포함)에게 직접 팔기도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머니타이제이션이다. 머니타이제이션은 그 금액만큼 FED가 통화량을 증대시키는 것과 차이가 없다. 다만 연방 정부의 적자 재정을 통해 통화량 증대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 증대는 모든 미국 제품의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즉 미국 수출품의 가격을 상승하게 만들기 때문에 수출을 어렵게 한다. 그리고 수입품(무역 상대국의 수출품)의 미국 내에서의 가격 경쟁력은 올라가게 만든다. 이것이 미국 무역 상대국이 흑자가 나고 미국이 적자가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머니타이제이션은 경기변동(business cycle)도 초래한다. 경기변동은 붐 기간에 세입을 증대시키지만 침체 기간에는 세입의 감소를 통해 재정적자를 악화시킨다. 대부분의 정부는 세입이 증대하면, 이어서 올 재정적자를 염두에 두고 저축해두지 않고 써버리기 때문에 세입 감소로 인한 재정적자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적자는 해가 갈수록 누적된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 오래 전부터 겪었던 것이다. 한국도 이 점에 대해서는 예외가 아니다.
미국 주 정부는 화폐 발행 권한이 없기 때문에 주 정부 발행의 채권은 모두 민간에게 판매된다. 연방 정부 발행의 국채도 민간에 판매되는 경우에는 주 정부 판매 채권과 큰 차이가 없다. 민간으로부터 축적된 저축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민간에서 일자리가 재정적자의 크기만큼 사라진다. 즉 연방 정부와 주 정부 발행의 국채를 민간이 구입하는 경우에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일자리 감소에 직면해야 한다. 게다가 정부 차원에서 늘어나는 일자리가 ‘1개’라면 민간의 일자리는, 가상적인 예를 들어, ‘1.5개’ 사라진다. 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도 엄청나게 크지만 주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백인 화이트 칼라 노동자 가운데 실업자가 많은 것은 앞에서 제기한 이유가 중요하다. 물론 기술발전, 높은 노동 비용, 노동조합 등 때문에도 실업은 발생한다. 넷 중에서 어느 쪽이 중요한가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미국에게는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재정적자가 훨씬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산업에 따라서는 노동 비용과 노동조합 등이 정부의 재정적자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는 아주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도 엄청나게 크다. 그리고 그런 적자 중에서 머니타이제이션이 어느 정도인가는 미국 정부와 FED의 대차대조표를 자세히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단 기간에 그런 일은 쉽지 않다. 필자가 머니타이제이션의 이론적 영향만을 다룬 것은 그 때문이다. 다만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에 수 년 동안에 걸쳐 FED는 통화량을 크게 증대시켰는데 미국 연방 정부로의 머니타이제이션에도 증대된 통화량의 상당 부분이 사용되었다. 미국 주 정부의 재정적자도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와 상황이 비슷하다.
재정적자와 전쟁 사회주의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각기 다른 이유로 전쟁을 여러 번 수행했다. 베트남 전쟁,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 아프카니스탄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이 이외에도 미국은 규모가 작은 전쟁을 지속해 왔다. 그런 전쟁은 전쟁 참전국에 ‘전쟁 사회주의’를 초래한다고 지난 4월호 미와에서 북한의 예로 들어 설명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전쟁 사회주의 관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다른 점은 북한은 경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전쟁 사회주의 영향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전쟁 사회주의가 미국 연방 정부 재정 적자의 주요한 한 가지 이유이다. 전쟁 사회주의는 미국 경제를 아주 나쁘게 만들고 침체로 몰아넣어 왔다. 그리고 그런 침체는 연방 정부 재정적자의 증대를 누적시켜 왔다. 미국 연방 정부 재정적자의 전쟁 사회주의 측면이다. 연방 정부 재정적자를 머니타이제이션했느냐 민간에게 채권으로 판매했느냐는 전쟁 사회주의로 인한 연방 정부 재정적자를 자세히 분석해야 알 수 있다. 미국이 각국의 방위비 부담을 올릴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전쟁 사회주의를 없애고자 한다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적지 않게 긍정적이다. 문제는 각국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점이다.
태그 : #세계경제 #보호주의와_자유무역
썸네일 출처 :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