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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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화폐제도와 금융제도 - 부분지급준비자유은행업의 문제점과 폐해

국내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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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2-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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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6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경기변동

편집 : 전계운 대표
  • 이 글은 전용덕 아카데미 학장의 2007년 저서 <권리, 시장, 정부> 제4장 "화폐제도와 금융제도"에서 발췌했다. 
[1편] 시작하며
[2편] 화폐의 종류, 기능 그리고 기원

[3편] 화폐의 정의
[4편] 대출은행업과 예금은행업
[5편] 부분지급준비자유은행업의 문제점과 폐해

[6편] 중앙은행업의 기능과 폐해
[7편/完] 화폐와 금융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

편집자주: 경제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제스 연구소는 2021년부터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2015년작 <경기변동이론과 응용>을 홈페이지에 연재하고자 한다. <권리, 시장, 정부>에서 발췌한 이 글은 본격적인 연재에 앞서 독자들에게 경기변동이론의 개론을 소개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의 여러 경제이론 중 경기변동이론은 시장경제의 호황과 불황의 원인을 매우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불황 치유의 정책적 진단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사람들은 대체로 1930년대 초반의 대공황과 2000년대 후반의 금융위기를 자본주의 체제의 내적 모순 때문에 발생했다고 여기며, 2020년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위기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간섭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오스트리아학파에 따르면 이러한 진단과 처방은 잘못된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모든 중대한 문제의 근원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부분지급준비자유은행업의 문제점과 폐해

1. 부분지급준비자유은행업 지지자의 견해1

셀진(Selgin)과 화이트(White)에 의하면 순수자유방임화폐체계(pure laissez faire monetary regime)에 대한 연구는 환경 변화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환경변화란 중앙은행의 나쁜 실적, 금융산업의 규제완화, 1970년대의 높은 인플레이션, 1980년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처방 불가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많은 연구자를 순수자유방임화폐체계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였다.

순수자유방임화폐체계는 어떤 것인가. 셀진과 화이트가 요약한 내용을 보자.

“교환수단의 양을 정부가 통제하지 않는다. 정부 지원의 중앙은행이 없다. 상업은행의 진입, 지점설치 또는 퇴출에 대한 법적인 장벽이 없다(또는 만약 어떤 구별이 있을 수 있다면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해당된다). 은행이 발행하는 채무나 증권의 양, 종류, 혼합의 정도에 제한이 없거나 은행이 보유할지도 모르는 자산의 양, 종류, 혼합의 정도에 제한이 없다. 이자율은 통제되지 않는다. 정부의 예금보험은 없다. 일반적으로, 모든 상계약을 지배하는 표준적인 법원칙을 지켜야 하는 점을 넘어서 은행과 고객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조건에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2 3

이러한 체계는 현재까지 세 가지 흐름이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그룹은 화폐와 금융에 있어서 규제가 없고, 하나의 본원화폐(base money)가 있고, 그러나 그 화폐는 반드시 금속화폐일 필요는 없고, 본원화폐로 태환 가능한 은행권과 예금을 민간 금융기관이 발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그룹은 민간 금융기관이 지폐 형태의 화폐를 경쟁적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 그룹은 어떤 본원통화도 없이 경쟁적인 지불 제도를 허용하자는 것으로 ‘신화폐경제’(new monetary economics)와 ‘법적 장벽 이론’(legal restrictions theory)으로 알려져 있다.

발권시장을 자유시장이 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집단을 지급준비율의 정도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 지급준비가 필요한 것은 예금은행업만이고 대출은행업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극히 일부의 지급준비금을 필요하기 때문에 지급준비율은 예금은행업에 국한한 것이다. 하나는 금융기관이 예전처럼 100%의 지급준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그룹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마저도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 그룹을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 지지자로, 후자 그룹을 FRFB 또는 자유은행업 지지자라 부르기로 한다. 뒤에서 보겠지만 중앙은행업이 문제의 근원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것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는 점에서 FRFB 지지자와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 지지자가 같다. 그리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나의 본원화폐를 채택한다는 점에서도 같다. 두 그룹의 차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그룹은 금융기관이 얼마나 지급준비금을 보관해야 하는가 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FRFB의 지지자는 자유방임적 상태에서도 신뢰외부성(confidence externalities) 또는 전염효과(contagion effect)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태는 예금뇌취를 막을 수 있는 계약(run-proof banking contracts)과 상호지원제도(mutual-support institutions) 아래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금융기관에 가해진 각종 법적 장벽이 예금뇌취를 막을 수 있는 장치의 발달을 억제해 왔다는 것이다. 예금뇌취를 막을 수 있는 장치란 예를 들면 지점의 설치(branch banking)를 허용하거나 계약에 의한 지불유예조항(contractual suspension clauses)을 삽입하는 등이다. FRFB의 지지자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규제를 가함으로써 모든 민간 금융기관을 비슷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전염효과를 감소시키기보다는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금융산업에 내재된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를 정부의 간섭 없이도 시장의 참가자들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FRFB 주장자는 역사적으로 정부의 간섭이 두 문제를 잘 해결했느냐는 질문에도 그 대답은 부정적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프리드만과 슈바르츠(Schwartz)는 그들의 연구에서 화폐와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금융 제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효율을 감소시켜 왔다고 한다.4

2. 100%지급준비은행업 지지자의 FRFB에 대한 비판5 6

예금과 대출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금융기관은 예금을 이용해 신용수단(fiduciary media)을 무에서 창조할(out of thin air)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100만원의 돈을 은행에 예금했다고 가정하자. 은행이 초과지급준비금(excess reserves)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현재 2000만원까지 총지급준비금(total reserves)을 만들어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행이 정한 현행 지급준비율은 요구불예금인 경우에 5%이다. 이중 현금의 뒷받침이 없는 돈이 1900만원이고 이것이 신용수단의 총금액이다. 100만원은 현금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에 진정한 화폐라고 하겠다. 중앙은행이 정한 지급준비금만 금융기관이 준비하는 한 화폐 공급의 순증가는 1900만원이다. 100만원의 자금으로 2000만원의 총지급준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경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적당한 금액의 초과지급준비금을 금고에 보관하기 때문에 신용수단의 창출은 앞에서 제시한 수치보다 적을 것이다. 지급준비율의 역수를 케인지언은 통화승수(money multiplier)라고 부른다.

신용수단을 창출하는 FRFB는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에 비해 몇 가지 결정적인 문제점과 폐해를 초래한다.

첫째, 법정지급준비금(statutory reserve requirements)만 보관하고 나머지 준비금을 차용자에게 빌려주었다고 가정해보자. 앞의 예에서 1900만원을 말한다. 이러한 신용수단 창출은 법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이렇게 창출되어 대출되면 이 신용수단에 대하여 복수의 소유주가 발생한다. 대출이란, 정의상, 대출을 받은 사람 자신이 일시적이지만 그 돈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신용수단의 예금자도 역시 그 돈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예금이고 금융기관은 예금자의 요구에 즉시 그리고 액면가치로 예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예금자와 차용자가 동시에 같은 자금에 대하여 배타적인 소유자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지급준비금(우리의 예에서 100만원) 이상의 신용수단을 대출해 준 것은 사기(fraudulent)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예금자와의 계약―예금을 액면가대로 즉각적으로 상환하는―을 만족시킬 수 없다. 금융기관은 FRFB의 내재적 한계로 파산을 면할 수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금융기관이 파산하지 않는 것은 예금자들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어서 자신의 예금을 일시에 인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금자가 일단 자신의 예금이 액면가대로 즉각적으로 상환될 수 없다고 금융기관을 불신하는 순간에 예금뇌취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즉, 파산의 위험은 FRFB에 내재된(inherently) 것이라는 것이다. FRFB는 자유계약이라는 관점에서도 분명히 어긋난다.7 자유계약이라 함은 자신의 재산(property)에 대한 계약의 자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FRFB는 본질적으로 타인의 재산을 이전하는 것에 관한 계약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행동은 원칙적으로 계약의 자유에 의한 ‘재산명의 이전 이론’ (title-transfer theory of contract)과 부합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부분지급준비자유은행업은 윤리적 문제점도 가지게 된다. 요약하면, 부분지급준비자유은행업은 법적 그리고 윤리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 FRFB는 신용수단을 포함한 화폐 공급의 증가를 초래한다. 앞의 예에서 최대 1900만원이 증가된다. 이러한 화폐 공급의 증가는 화폐의 구매력의 하락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통상적으로 화폐의 공급증가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정부의 화폐 공급의 증가 없이도 민간 금융기관이 신용수단을 증가시킴으로써 화폐의 공급을 증가시키게 된다. 즉, 민간 부문에서도 FRFB 제도로 인하여 신용수단의 증가에 의한 화폐 공급의 증가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신용수단은 뒤에서 보겠지만 구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보호와 감독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점에서 이 문제점은 중앙은행업과 밀접히 연결된 것이다. 그러나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 하에서는 화폐 공급의 증가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셋째, FRFB에 의한 신용수단의 증가는 소득재분배를 초래한다. 신용수단의 증가로 인한 승자는 신용수단을 팽창시킨 금융기관과 그것을 빌려간 차용자이고, 패자는 금융기관 내에서는 차용자를 제외한 금융기관 고객 즉, 예금자와 해당 금융기관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 된다. 그 과정은 이렇다.8 금이나 현금의 뒷받침이 없는 신용수단의 창출은 금융기관에게 추가적인 이자수입을 올리게 만든다. 신용수단의 창출로 금융기관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의 실물적인 부(real wealth)가 증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추가적인 이자수입은 소득 재분배된 것이다. 차용자는 자신들이 차용한 자금으로 비화폐적인 실물적인 부를 획득하고 그 결과로 그것과 동일한 금액의 일반인의 실물 부를 감소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9

소득재분배를 라스바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화폐(신용수단에 의해 증가한 화폐를 말함; 필자주)를 맨 처음 수신한 사람들은 가장 많이 이득을 보고, 그 다음 사람들이 첫 수신자보다 약간 덜 이득을 보고, 등등, 그러한 현상은 중간지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새로운 화폐를 더 오래 기다린 사람일수록 점점 더 많이 잃게 된다. 새로운 화폐를 처음 받은 사람들은 그들이 구입하는 재화들의 값은 거의 예전 그대로인데 그들이 파는 재화의 값은 오르게 된다; 그러나 나중에는 파는 값은 거의 변함이 없는데 비하여 사는 값은 오르는 것이다.” 10

넷째, 금융기관이 자신이 보유한 초과지급준비금을 앞에서처럼 대출을 해준다고 가정하자.11이러한 늘어난 신용수단은 경기변동을 초래한다.12 경기변동 과정을 설명하기 전에 오스트리아 학파의 화폐에 관한 몇 가지 관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화폐는 현재재(present good)이다.13

둘째, 예금은행업은 현재재의 거래이고, 대출은행업은 금융의 중개이다.

셋째, 부분지급준비은행업은 신용수단의 창출, 그리고 그것은 주입효과(injection effects)로 인한 경기변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제 경기변동 과정을 알아본다. 시장에서 100% 현금의 준비(back up)가 되어 있는 화폐대용물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이자율을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이라고 한다. 현금의 지급준비가 없는 신용수단의 증가는 이러한 이자율을 더 낮게 만든다. 이 때 정해지는 이자율이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이자율 즉, 시장이자율이다. FRFB하에서는 결코 ‘자연이자율’을 금융시장에서나 생산구조(production structure)에서 관찰할 수 없다. 신용수단의 증가로 모든 부문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낮은 시장이자율은 기업가로 하여금 더 순위가 높은 재화(higher order goods)에 투자하게 만든다.14

그러나 늘어난 신용수단에 의해 결정된 낮은 시장이자율에 근거한 이러한 투자는 조만간 잘못되었거나 또는 과다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그러한 투자에 의해 만들어진 각종 더 높은 순위의 재화나 그것에 영향을 받은 낮은 순위의 재화를 구매해 줄 충분한 구매력을 소비자는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제 신용수단의 증가에 의한 경기 상승은 필연적으로 경기 하락을 초래한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증가시키거나 또는 민간 은행이 신용수단을 증가시킬 수 있다.

어느 쪽에 의한 증가이건 상관없이, 과도한 화폐나 신용수단의 증가는 잘못된 투자(malinvestment)를 유도하고 그 순간에 이미 파국은 예정된 것이다. 15다른 말로 표현하면, ‘저축이 유도한 확장’(savings-induced expansion)은 지속가능하나 ‘신용이 유도한 확장’(credit-induced expansion)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점은 성장하는 경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즉, 성장하는 경제라도 신용 수단이 확대되면 생산구조의 왜곡과 그 결과로 인한 불황이나 경기 후퇴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16

여기에서 화폐 당국이나 금융기관이 화폐의 공급이나 신용수단을 축소하지 않아도 경기의 정점(boom)에서 이미 불황(bust)으로 가게된다. 불황은 필연적이고 그것은 시장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즉, 불황은 잘못된 투자를 제거하거나 다른 용도로 쓰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황에서 정부의 화폐 공급의 추가적인 증가는 다른 경기 사이클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지 불황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 불황에 대한 유일한 대책은 정부가 통화 공급이나 재정지출을 늘리지 않고 시장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게 가만히 두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불황 국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시장에 대한 어떠한 종류의 간섭도 그만두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경기변동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마지막으로 성장하는 경제(growing economy)에서 화폐의 수요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17 이걸(Yeager)에 의하면, 경기변동의 궁극적 원인은 오스트리아 학파가 주장하는 주입효과(injection effect)와 생산구조의 왜곡이 아니라 화폐적 불균형(monetary disequilibrium)에 의한 것이다. “대조적으로, 화폐적 불균형 이론은 덜 구체적인 명제로 호황과 불황을 조정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이론과 달리, 이론은 오캄의 면도날을 무시하지 않는다.”라고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18

화폐 수요의 변화의 적절한 예로 성장하는 경제에서 화폐 수요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불황은 합리적인 가격의 하향 경직성과 함께 화폐의 초과수요에 의해 발생한다. 성장하는 경제에서 거래의 증가는 화폐 수요의 증가를 초래한다. 현금잔고(cash balance)를 축적하기 위하여 소비를 줄이거나 연기하고, 이 상황에서 케인즈 모델에서처럼 저축이 투자를 초과하고 그것은 불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소토(de Soto)는 다음과 같이 응답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에 사용할 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이 보유하고자 원하는 신용수단과 현금잔고에 관한 결정과는 무관하고 독립적이다.”19화폐를 더 보유하고자 원하는 사람은 지출을 줄이고 재화나 용역의 판매를 늘린다. 그것은 지출을 줄이는 재화나 용역과 판매를 늘리는 재화나 용역의 가격을 하락하게 만든다. 즉, 한 부문의 화폐 수요의 증가는 다른 부문의 화폐 수요의 감소로 상쇄된다. 그러므로 성장하는 경제에서도 화폐 수요의 증가는 일어날 필요가 없다.

3. 결론

정부의 간섭을 없애고 시장을 자유롭게 하여 경쟁을 허용하면, 즉 자유은행업을 허용하면, 비록 자유은행업 또는 FRFB가 법적, 윤리적, 경제적 문제점이 있다하더라도 자유은행업은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으로 접근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라스바드는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부분지급준비은행업이 법적으로 용인되고 사기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에도, 자유은행업 하에서는 부분지급준비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고, 훨씬 덜 확대되고 확산될 것이다. 자유은행업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혼란을 가져오기보다는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과 비슷한 정도의 건전하고 인플레이션이 없는 화폐를 보증할 것이다.”20

이러한 결론은 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자유시장이 가장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경제 원리에 근거한 것이다. 미제스는 정부에 의한 100퍼센트의 지급준비 지정은 그러한 요구나 통제 자체가 민간 금융기관을 통제하는 빌미를 제공하여 정부가 쉽게 지급준비율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조심을 요한다고 주장한다.21 이처럼 미제스는 자유은행업 체제를 지지했지만 다만 그 체제가 궁극적으로 신용수단의 창출을 억제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그 점에서 미제스는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 지지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22 라스바드는 100퍼센트의 지급준비는 리버테리어니즘(libertarianism)에서 기본적인 원칙으로서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23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정부가 부분지급준비은행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부분지급준비는 그 자체가 사기 행위이기 때문이다. 라스바드가 제시한 이유뿐만 아니라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을 찬성한다. FRFB에서 일어날 어느 정도의 금융기관 파산은 현재와 같은 중앙은행업 시스템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크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을 찬성한다. 특히 한국인의 정부 의존적 성향을 고려한다면 FRFB 또는 자유은행업은 유사시에 중앙은행 제도의 도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자유은행업보다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이 각종 문제점을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제도이다.


태그 : #중앙은행 #주류경제학비판 #호황과_불황 #간섭주의 #화폐와_은행

썸네일 출처 : '은행이 돈 버는 방식'_지급준비제도에 관하여

  1. 부분지급준비자유은행업에 대하여는 White, Lawrence H., Competition and Currency, New York, New York University Press, 1989와 Selgin, George and Lawrence H. White, “How Would the Invisible Hand Handle Moeny?”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vol. 32, no. 4, 1994, pp. 1718-1749 참고.
  2. Selgin and White, (1994), 1718-1719쪽 인용.
  3. Rothbard (1983)도 자유은행업을 셀진과 화이트와 비슷하게 정의하고 있다. 라스바드는 그의 책 111쪽에서 대출은행업과 예금은행업이 법적으로 모두 허용되고 난 후에 자유은행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그 결과, 은행들은 정부의 어떤 통제나 규제를 받지 않고 그리고 은행산업에 진입하는 것이 완전히 자유다. 하나, 단지 하나의 정부 ‘규제’가 있다: 즉 그들은 다른 산업처럼 그들의 부채를 즉각적으로 지불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급불능을 선언하고 퇴출되어야 한다.”
  4. Friedman, Milton and Anna J. Schwartz, “Has Government Any Role in Money?” Journal of Monetary Economics, vol. 17, no. 1, 1986, pp. 37-62 참고.
  5. Mises (1981), Rothbard, Murray N., The Case Against the Fed, Auburn, Ludwig von Mises Institute, 1994, Hoppe (1994), Hülsmann, (1996) Hoppe et al. (1998), de Soto, Jesus Huerta, “A Critical Analysis of Central Banks and Fractional-Reserve Free Banking fromthe Austrian Perspective,” Review of Austrian Economics, vol. 8, no. 2, 1995, pp. 25-38, 동일 저자의 “A Critical Note on Fractional-Reserve Free Banking,” 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vol. 1, no. 4, 1998, pp. 25-49, Cochran, John P. and Steven T. Call, “The Role of Fractional-Reserve Banking and Financial Intermediation in the Money Supply Process: Keynes and the Austrians,” 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vol. 1, no. 3, 1998, pp. 29-40 등을 참고.
  6. 아래의 내용은 중앙은행업 하에서의 부분지급준비제 비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겠다.
  7. Hoppe et al., (1998)을 참고. 앞의 논문은 FRFB의 문제점, 특히 신용수단의 발행의 근본적 문제점을 두 가지 더 지적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8. 이러한 현상은 복수의 금융기관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소득재분배가 교차하기 때문에 승자와 패자를 일목요연하게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순(純) 개념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승자와 패자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모든 금융기관에서 순개념으로 차용자라면 그는 승자이다. 금융기관은 당연히 승자이다. 일반인과 예금자도 순개념으로 보면 식별이 가능할 것이다.
  9. 경제현상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이 있음을 강조한 사람은 프랑스의 천재적인 경제평론가 바스티아이다. 끌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 󰡔법󰡕, 김정호역, 자유기업센터, 1997을 참고.
  10. Rothbard (1993), 851쪽에서 인용.
  11. 금융기관이 초과지급준비금을 자신을 위하여 건물 등을 사는 경우는 경기의 변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나 이러한 경우는 중요치 않음으로 제외하기로 한다.
  12. 경기변동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Mises (1996), Hayek, F. A., Prices and Production 2nd ed., London, Routledge & Kegan Paul, 1935, Mises et al. The Austrian Theory of the Trade Cycle and Other Essays, Auburn, Ludwig von Mises Institute, 1996, Rothbard (1993), Hülsmann (1998) 등이 있고, 그러한 이론을 이용하여 미국의 대공황을 설명한 저서로는 Rothbard, Murray N., America's Great Depression, Kansas, Sheed and Ward, 1975가 있다.
  13. 케인즈 학파는 첫째, 화폐는 미래재이고 둘째, 예금은행업과 대출은행업 모두가 금융 중개이고 셋째, 부분지급준비은행업은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금융을 중개하여 추가적인 화폐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영원히 준슬럼프(semi-slump)에 빠지기 쉬운 경제를 구제한다는 것이다. Cochran John P., Call Steven T., and Glahe Fred R. “Credit Creation or Financial Intermediation?: Fractional-Reserve Banking in a Growing Economy” 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vol. 2, no. 3, 1999, pp. 53-64 참고.
  14. 소비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재화를 더 높은 순위의 재화라 하고 소비재와 가까이 있을수록 순위가 낮은 재화라고 한다. 예를 들면, 철광석의 개발이나 연구개발투자 등이 철강의 생산에 있어서 더 높은 순위의 재화라고 하겠다.
  15. 현물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하는 경우에는 차용자의 담보 능력에 따라 신용수단의 확대가 어느 정도 제한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금융기관의 파산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투자자 또는 차용자의 잘못된 투자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16. Rothbard (1975) 참고.
  17. 이 부분은 Cochran et al. (1999)와 de Soto (1998) 참고.
  18. Yeager, Leland B., “The Significance of Monetary Disequilibrium,” The Cato Journal, vol. 6, no. 2, pp. 369-99 중에서 380쪽에서 인용.
  19. de Soto (1998), 36쪽에서 인용.
  20.  Rothbard (1983), 117쪽에서 인용.
  21. Mises (1996), pp. 434-448과 Rothbard (1975), pp. 31-32 참고.
  22. Salerno, Joseph T., “Mises and Hayek Dehomogenized,” Review of Austrian Economics, vol. 6, no. 2, 1993, pp. 113-46 참고.
  23. Rothbard (1975), pp. 31-32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