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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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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월호] 저출산: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국내 칼럼
사회·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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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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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사회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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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지난 18일 일제히 저출산 대책을 오는 4월 총선 대표 공약으로 발표했다. 여야가 총선 대표 공약으로 저출산 대응 정책을 발표한 것은 아마도 이 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저출산 문제가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2022년에 0.78명으로 역대 최저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저 수준이다. 2.1명이 인구수 측면에서 현상 유지하는 정도의 합계출산율인데 그런 정도의 합계출산율은 1982년과 1983년 사이이다. 합계출산율은 1982년 2.39명에서 1983년 2.06명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역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하여 각 지방정부는 오래 전부터 각종 출산 장려 정책과 인구 유입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중앙정부도 지난 2005년(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 제정) 이래 저출산 대책으로 천문학적인 자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여성 1명당 합계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왔다.

저출산 문제에 관한 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금까지의 그 어떤 대책도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그 중에는 효과가 있었던 대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그런 대책이 다른 대책과 같이 동시에 집행되면서 그 효과 유무를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세워진 저출산 대책 중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던 것만을 골라내는 일이 지금 단계에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정치철학적 입장에서 저출산 문제를 조명해본다. “정부가 계획을 세우면 세울수록 민간은 각자의 인생을 점점 더 계획할 수 없는 상태(또는 계획할 여지가 점점 더 작아지는 상태)가 된다”고 루드비히 폰 미제스는 오래 전에 지적한 바 있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조세부담률을 올리고 재정적자를 늘려 정부 지출을 많이 할수록 민간은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각자의 인생을 꾸려가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저출산은 미제스가 말한 그런 상태가 결혼한 부부의 자녀 낳기 또는 미혼 남녀의 결혼하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제스의 지적은 한국 정부-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할 것 없이-가 전 세계 어느 나라 정부보다 단기간에 지출 계획을 너무 많이 세워왔거나 지출을 늘려왔음을 의미한다. 다르게 말하면,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세금(여기에서 세금은 명시적인 세금뿐만 아니라 미래의 세금인 재정적자, 인플레이션적 세금을 모두 포함한다)을 더 많이 징수할수록 결혼하기뿐만 아니라 결혼한 부부의 자녀 낳기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합계출산율의 저하와 정부지출의 지속적인 증가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은 매우 간단하다. 즉 지금의 정부 지출을 대폭 줄여서 민간의 주머니가 두툼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한반도 역사에서 저출산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저출산 문제가 군국일본의 식민 지배보다 더 심각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 언론인들, 지식인들 등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바로 지금이 1960년 이후 이룬 경제적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사족(蛇足) 하나를 붙인다. ‘저출산’을 말할 때 ‘저출생’이라는 개념을 쓰는 언론인, 정치인, 지식인 등을 본다. 저출산이라는 말에는 ‘아이의 출산은 부모의 책임’이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저출생이라는 말에는 부모의 책임은 없어지고 ‘아이가 스스로 적게 나온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아이를 낳는 일은 부모의 의지이면서 책임이다. 그것은 저출생이라는 개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못된 개념 위에 어떤 정책을 세우면 그 정책은 십중팔구 잘못되기 십상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저출생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태그 : #큰정부

썸네일 출처 : https://www.etnews.com/20230227000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