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스 와이어 12월호] 예금 보장 한도를 늘리는 일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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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5월호] 상생협약 대 사적 국가
[미제스 와이어 6월호] 지금 시대의 정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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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8월호] 역사가들의 잘못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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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예금자 보호법에서 예금 보장 한도를 기존의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릴 것을 합의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오랜만에 합의한 것인데, 과연 그들의 합의가 잘한 일인가? 예금보험료와 관련한 쟁점은 한둘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주요 내용만 아주 간단히 추린다.
먼저 예금보험공사는 2024년 6월 말 현재 각종 금융기관에게 3029.8조 원의 예금을 부보해주고 보험료 총수입액으로 32.0조 원을 징수했다. 보험료율은 약 1.06%인 셈이다. 이것이 예금보험기금 적립액이다. 그러나 2023년 말 현재 예금보험기금 적립률은 손해보험회사 0.5598%(최저)에서 상호저축은행 1.6145%(최고)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적립률을 다르게 한 것은 파산의 위험 또는 사고 위험률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예금보험공사가 2024년 6월 말 현재 에금보험기금 지급지원액은 약 31.7조 원이고 그 중에서 회수한 금액은 약 15.9조 원이다. 즉 그 지원액의 회수율이 약 50%라는 것이다. 나머지 약 50%를 회수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지금 예금보험공사를 해체하면 미회수 금액 15.8조 원은 사실상 국민의 부채인 셈이다.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예금보험이라고 하지만 그 가입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이면서 가격을 고정하기 때문에 가격 규제라는 ‘경제규제’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 세금은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 경제규제는 경제규제가 본래 지닌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가지게 된다. 경제규제인 예금보험은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금융 제도의 안정성을 보호한다. 그러나 몇 가지 결정적인 단점도 있다.
첫째, 세금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예금자가 그것을 부담한다. 금융제도의 안전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예금자가 세금을 부담해야 할 이유는 없다. 금융제도의 안전성은 금융제도 설계의 문제이다. 그 점을 이 짧은 글에서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금융제도의 설계 변경으로 그 안전성을 보호하는 방법은 분명 있다.
둘째, 예금보험은 가입자, 즉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도덕적 해이 문제(moral hazard problem)를 야기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도덕적 해이란 보험 가입자인 금융기관이 가입자가 지켜야 할 정상적인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을 말한다. 특히 금융기관이 ‘위험추구’(risk-taking) 행위를 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 문제의 대표적인 예이다. 위기에 내몰린 금융기관일수록 위험추구 행위는 증가한다. 상호저축은행이 PF파이낸싱에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도덕적 해이 문제의 사례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명목상으로는 예금자를 보호하는 제도인 예금보험은 실질적으로는 부실한 금융기관을 보호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예금보험은 건전한 금융기관이 부실한 금융기관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한 보험료율은 ‘가격고정’(price fixing)으로 규제의 일종이다. 물론 예금보험공사는 앞에서 보았듯이 위험의 정도를 반영하여 예금보험기금 적립률을 다르게 하고 있지만 그것이 고정되어 있는 한 궁극적으로는 규제의 일종임은 분명하다.
넷째, 예금보험은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라는 문제점도 지닌 제도이다. 규제자들은 대체적으로 문제의 금융기관에서 드러난 문제점이나 부실을 은폐할 가능성이 크고 부실이 누적되게 방치하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금과 함께, 예금보험의 단점은 장점보다 잘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이 나타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필자는 세금 헝태의 예금보험제도보다는 금융기관들을 ‘시장규율’ 또는 ‘시장에 의한 규율’을 할 것을 제안한다. 시장규율이란 ‘예금뇌취’(bank run)를 허용하고 그에 대응하여 금융기관이 ‘선착순처리’(first-come first-served) 원칙에 따라 예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예금자들이 자신들이 예금한 금융기관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자신의 재무상태를 포함한 경영 현황과 위험에 관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제공토록 해야 한다. 즉 그러한 정보의 공개를 법제화하거나 정책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미래에 예금보험공사 자체가 건전한 기관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예금보험 제도가 경제 전제에 더 큰 부담이 되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예금보험제도를 혁파할 것을 제안한다. 한 마디로, 세금이자 예금보험이 규제의 일종인 이상, 보험의 강제는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 ‘자유시장경제’와 배치된다.
태그 : #관료제와_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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