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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특별 칼럼] 인간행동학적 측면에서 본 ‘혼돈의 한국’(3): 자본주의의 폐기

국내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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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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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경제현안

2월 현재 ‘청년(15-29세) 백수’는 약 120만이고 그 중 실업자는 26만 9000명, 단순히 쉬었음의 인구는 50만 4000명, 취업준비생 43만 4000명이었다. 이렇게 청년 백수가 많은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경제 체제가 자본주의가 아닌 것이 중요한 원인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지금 대한민국이 혼돈에 빠진 것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본주의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자본주의란 민간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계약의 자유를 허용하며, 상품 화폐를 사용하는 경제 체제를 말한다. 물론 그것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Austrian Economics)이 내린 정의이다. 즉 앞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경제만이 자본주의 경제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정부가 커질수록 민간의 재산은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도 알 필요가 있다

이제 지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이탈했는가를 점검해 본다. 지난 2월 말 일양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등과 같은 제약회사들은 다이소에 성분과 함량을 조절하여 가격을 3000원 또는 5000원(1개월 분)으로 크게 내린 건강기능식품(‘건기식’으로 약칭) 몇 가지를 선보였다. 기존 약국에서 판매되는 건기식이 한 달에 2만~3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 인하이다. 물론 다이소 판매 건기식과 약국 판매 건기식은 성분, 함량, 포장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격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다이소 건기식은 소비자에게 훌륭한 선택지를 제공한 것이지만 약사 단체의 반대로 제약사들은 다이소에서 저렴한 건기식을 더 이상 팔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전기 건기식 사례는 약사 단체인 대한약사회가 얼마나 힘이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다른 한편, 제약사들이 약사 단체의 압력에 못 이겨 건기식의 다이소 출시를 철회한 것은 대한한국 경제가 진정한 의미의 ‘자유시장경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자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만약 누군가의 압력으로 신제품의 출시를 중단한다면 그런 행위를 두고 자유시장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런 시장으로 이루어진 경제를 자유시장경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기가 막히는 점은 약사 단체라는 이익집단의 말 한마디에 제약사들은 신제품 출시를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보통은 이익단체가 정부를 움직여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행동을 유도하지만 건기식 경우는 약사 단체 말 한 마디에 제약사들이 다이소로의 건기식 유통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다이소 건기식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약사들이 그런 건기식을 자신의 약국에서 팔면 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다이소 건기식에 시비를 걸었던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소비자(제약사 포함)의 이익을 내팽개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국 의대생들이 휴학 투쟁에 나서면서 2025학년도 들어 교육부가 의대생들이 휴학을 끝내고 지정된 일자부터 수업을 받을 것을 고지했다. 필자가 놀랐던 것은 수업의 통과 여부는 수업 담당 교수가 결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장관이 뉴스에 나와서 수업 복귀를 종용하는 모습은 여러 가지 의문을 낳았다. 대학의 교과 운영에 각 대학은 얼마나 자율권이 있는 것인가? 대학 총장은 그런 것 하나도 결정할 수 없나? 의대 교수는 수업의 진행에서 아무런 권한과 책무는 없는가? 이런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필자의 마음속에 일어났다. 집단 행동을 하는 학생도 문제이지만 그런 행동을 교육부 장관이 지시하고 감독한다는 것은 필자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번 사태는 한국의 대학이 얼마나 자유가 없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것을 두고 자유시장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란 자유시장으로 이루어진 경제를 말하고 자유시장이란 정부가 시장에서 거래자들의 행위에 간섭하지 않는 시장을 말한다. 물론 정부는 도둑이나 사기꾼과 같은 행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그런 처벌을 위하여 법과 규칙을 만들고 집행한다. 건기식 사례나 의대생 수업 복귀에 교육부 장관이 지시하는 것은 그런 시장을 자유시장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은 잘해야 간섭주의(interventionism)이거나 사회주의로 밖에 볼 수 없다.

자본주의 조건들 중의 하나는 상품 화폐의 채택이다. 우리는 이미 조선 왕조 말엽부터 불환지폐제였다. 즉 그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는 한 번도 ‘완전한’ 자본주의 경제 체제였던 때는 없었다는 것이 진실이다.

자본주의가 되기 위한 조건에 비추어보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채택한 국가가 아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혼돈에 빠진 것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폐기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대정신, 즉 지금의 대한민국의 혼돈을 해결하는 일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적어도 경제 체제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태그 : #중앙은행 #간섭주의 

썸네일 출처 :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