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저출산 - 4편] 저출산의 해법: 미혼과 기혼의 차이

제4장 저출산
작성자
작성일
2020-06-26 22:13
조회
764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사회현안

편집 : 전계운 대표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4주제에 해당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1. 미혼과 기혼의 차이

1) 미혼

미혼이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앞에서 지적한 바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미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혼에는 비혼도 만혼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먼저 미혼 문제를 ‘경제학적 사고방식’으로 추론해 본다. 특별히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가정한다. 그런 상황에서 결혼 연령대가 되면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된 일자리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벌어 결혼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혼 이후에도 주택, 교육 등과 같은 재화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이 남성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성의 능력이라는 말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데 그 기준으로 보면 남성의 일자리, 그것도 정규직 일자리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정규직 일자리라 하더라도 연봉이 매우 낮다면 결혼의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의 연봉도 또한 높아야 한다. 안정된 일자리를 넓게 해석하면 남성의 경제력이라고 할 것이다. 여기에는 소득만이 아니라 부(wealth)도 포함된다. 이제 결혼을 했다고 가정하자.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주택이고, 출산을 했다면 교육비가 될 것이다. 이미 결혼을 한 부부에게 주택, 교육비 등이 저렴하다면 결혼 생활이 덜 힘들 것이다. 이 점은 기혼자에게도 적용된다.

경제력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주택, 교육 등과 같은 주요 재화가 저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택, 교육 등은 결혼 생활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한국 경제에서 주택, 교육 등과 같은 재화는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미혼 남녀의 배우자의 조건에 대한 태도에서 이 점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한이소영 외(2018)는 미혼 여성과 남성의 배우자 조건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1 여기에서 응답자는 ‘매우 중요하다’와 ‘중요하다’에 응답했고 복수 응답을 한 결과이다. 미혼 여성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상대방 남성의 성격(98.3%), 가사·육아에 대한 태도(97.9%), 일에 대한 협조와 태도(95.6%), 건강(97.7%), 경제력(소득, 재산)(92.7%), 가정환경(89.8%), 직업(87.1%) 등이다. 미혼 남성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상대방 여성의 성격(95.9%), 건강(95.1%), 가사·육아에 대한 태도(91.1%), 일에 대한 이해와 협조(90.8%), 가정환경(89.8%) 등이다.

미혼 남녀의 배우자의 조건에 대한 태도에서 알 수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성은 여성의 경제력, 직업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이 아닌데 반해 여성은 남성의 경제력, 직업 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이다.

둘째, 남성과 여성에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상대방의 성격, 가사·육아에 대한 태도, 건강, 일에 대한 협조와 태도, 가정환경 등이다.

셋째, 상대방의 성격, 가사·육아에 대한 태도, 건강, 일에 대한 협조와 태도, 가정환경 등과 같은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으로 시스템과 별개의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들은 당사자가 대응책을 모색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시스템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경제력, 직업 등의 요소이다. 다만 경제력에 소득과 재산이 동시에 포함되지만 단기에 재산이라는 요소는 시스템과 별개의 것이다. 즉, 단기에 시스템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소득, 직업 등의 문제이다. 장기에는 부도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미혼 남녀의 결혼 지원 정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2018년 현재 다음과 같다.2남성은 신혼집 마련 지원(33.7%), 청년고용 안정화(비정규직 문제 등 해소)(27.3%), 청년실업 문제 해소(16.2%), 결혼으로 인한 직장 내 불이익 제거(10.8%), 장시간 근로 관행 등 직장문화 개선 및 기타(11.8%) 등이다. 여성은 신혼집 마련 지원(22.1%), 청년고용 안정화(비정규직 문제 등 해소)(20.0%), 청년실업 문제 해소(13.7%), 결혼으로 인한 직장 내 불이익 제거(29.4%), 장시간 근로 관행 등 직장문화 개선 및 기타(14.8%) 등이다.

미혼 남녀가 결혼 지원 정책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경우에는 주택, 직업 등이다. 다만 여성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각종 차별의 해소와 직장 문화 개선 등을 남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들이 주택, 직업 등보다는 중요하지는 않았다.

미혼 문제를 경제학적 사고방식으로 추론한 결과와 설문조사를 통해 미혼 남녀의 배우자 선택 조건과 결혼 지원 정책을 통합하여 비교해보자. 다만 순전히 개인적인 것은 제외한다. 첫째, 청년실업 해소, 청년고용 안정화 등과 같은 일자리와 소득의 확보가 미혼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둘째, 주택의 마련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첫째와 둘째는 남녀 모두에 공통된 것이다. 셋째, 맞벌이 부부를 위한 각종 차별의 해소와 직장 문화 개선 등은 경제학적 사고방식으로 추론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점은 맞벌이가 대세인 현재가 과거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비혼 또는 만혼의 다른 한 가지 원인은 결혼 관련 가치관이다. 1960~1980년대 결혼 적령기의 남녀는 부모 또는 기혼자 친구로부터 ‘결혼을 해야 남자는 어른이 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이 경우에 결혼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부부가 같이 살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치관 때문에 비혼 기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치관은 최근 많이 변했다. ‘결혼을 해야 남자는 어른이 된다’는 말을 누구도 쉽게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결혼 당사자도 물질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결혼에 필요한 재화인 주택, 결혼 비용, 교육 등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그런 재화가 너무 고가(高價)이기 때문이다.

2) 기혼

기혼 여성 중에도 아이를 1명이나 0명을 낳는 경우는 저출산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기혼 여성이 본인의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들을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해본다. ①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전체 응답자의 25.3%), ②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고 싶어서(24.1%), ③ 자녀가 있으면 자유롭게 못할 것 같아(16.2%), ④ 부부만의 생활 추구(15.6%), ⑤ 경제적으로 자녀 양육 곤란(11.3%), ⑥ 직장생활 지속 희망(2.5%), ⑦ 불임 등으로 임신 곤란(2.4%), ⑧ 기타(2.7%) 등이다. 여기에서 ①, ③, ④, ⑥, ⑦, ⑧ 등은 저출산의 비경제적 요인들이고, ②, ⑤ 등은 저출산의 경제적 요인들이다. 전체 응답자의 약 64.7%가 비경제적인 요인들로, 전체 응답자의 약 35.4%가 경제적 요인들로 무자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기혼 여성이 자녀를 가지지 않는 이유가 경제적 요인들보다는 비경제적 요인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그들에게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태그 : #사회현안 #경제현안 #사회학

썸네일 출처 : Vogue Korea, "결혼할 사람들 참고! 결혼하기 전 겪어봐야 하는 6가지 경험"

  1. (원문 10번) 이소영 외(2018), p. 323~324, <표 11-11>에서 인용.
  2. (원문 11번) 이소영 외(2018), pp. 393~393, <표 13-3>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