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덕 –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 (2009)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2주제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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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주의와 간섭주의야말로 한국 교육을 지배하는 이념이자 정치철학이다. 그런 평등주의와 간섭주의는 여러 가지 폐해를 만들어 왔다. 여기에 학벌을 극도로 중요시 여기는 사고와 이념도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다. 교육에서 간섭주의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는데 간섭주의가 오래되면 사회주의가 된다. 지속된 간섭주의로 교육의 많은 부분이 이제 사회주의가 되어왔다. 그런 평등주의와 간섭주의와 사회주의는 자유의 극심한 부족을 초래해왔다. 평등주의와 간섭주의와 사회주의 대신에 리버테리어니즘을, 평등 대신에 자유를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교육 정책으로서의 간섭주의도 혁파되어야 한다. 이제 한국 교육을 위한 자유시장적 해법을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교육 기관에 가해진 가격규제와 정원규제를 모두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대학교육을 보기로 한다. 교육과 관련한 문제점과 폐해의 상당 부분은 대학 교육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정부의 가격규제 때문이고 정원규제는 그것을 도와주는 장치로 작동한다. 대학 교육의 가격규제와 정원규제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앞에서 언급한 문제와 폐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와 폐해는 부조리한 교육 제도와 정책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폐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의 대학들이 낮은 경쟁력을 가지게 된 구조적인 원인은 정부의 등록금에 대한 규제와 정원 규제 때문이다. 대학 교육 전체를 조망해보면,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경쟁력이 잘 갖추어진 대학이다. 세계적 수준의 사립대학이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대학에게 자유와 자율을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의 입시 제도에 대해서 정부가 간섭하고 통제할 것이 아니라 대학 자율에 맡기도록 해야 한다.

대학의 등록금에 대한 규제와 정원 규제를 폐지하면 대학교육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화될 것이다. 그 결과 규제가 있을 때와 비교하여 대학 등록금은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이다. 대학 등록금의 상승은 대학이 ‘돈은 충분하지 않으나 똑똑한 학생’을 유치할 수 있게 한다. 그런 학생에게도 등록금 없이 대학을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등록금 규제는 돈은 충분하지 않으나 똑똑한 학생에게는 대학에 들어갈 기회가 적다. 왜냐하면 사교육비에 많은 자원을 쓸 정도로 충분한 재무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규제가 있는 상태인 현재보다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그런 학생에게 교육을 통한 성공의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똑똑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하여 각종 장학금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뒤에서 보겠지만, 초중고 교육도 정상화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기술변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기술 급변의 시대에 대학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이 이런 기술 변화를 선도함으로써 대학들의 경쟁력과 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들과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 차원에서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은 등록금에 대한 규제, 정원에 대한 규제 등으로 그런 투자에 필요한 자본을 축적할 수 없다.

이제 초중고 교육에 대해서 보기로 한다. 초중고 교육의 가격규제와 정원규제도 모두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초중고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그 결과 교육기관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가격규제와 정원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가격규제와 정원규제의 폐지는 초중고 교육 기관들의 자율성을 끌어올려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둘째, 국공립 대학들을 법인화할 것을 제안한다.²대학에 가해진 가격규제와 정원규제를 없앤다면 국공립 대학들은 이제 영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법인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국공립 대학들의 법인화를 통해 효율성도 높이면서 정부의 예산 지원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지금의 국가 부채를 줄이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영어교육을 정상화할 것을 제안한다. 여기에서 영어교육의 정상화란 입시위주의 영어교육, 즉 영어 문법과 독해 위주의 영어교육을 탈피하여 영어를 읽고 말하고 쓰는 것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하는 영어교육을 말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물론 교사도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도 각급 학교의 등록금과 정원에 대한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초·중·고의 영어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사회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면 다음 세대에는 원어민 강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국인 영어교사가 영어몰입교육에 의해 양성되기 때문이다.³이것이 간략히 요약한 덴마크식 영어교육 방법이다.

충실한 영어교육을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한 학교에서 학생이 낸 등록금만으로는 다수의 원어민 영어강사를 채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교육부가 영어몰입교육에 국한해서 ‘한시적으로’ 자원을 지원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이 때 한시적이라 함은 다음 세대가 영어교육을 담당할 수 있을 때까지를 말한다. 다만 이 경우에 다른 모든 보조금, 예를 들어 학교급식 무료 지원과 같은 프로그램은 완전히 혁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교원의 정치적 중립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전교조와 같은 노동조합은 정치적 중립과는 거리가 멀다. 전교조는 좌파 이념 또는 종북 좌파 이념을 전파하고 확산하고자 하는 단체다. 필자의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 시리즈 1’의 노동시장 편에서는 노동조합 제도를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노동조합의 폐지는 교원 노동조합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다섯째, 어떤 종류의 체벌도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 교육적 목적이라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마저도 폭력이라는 점에서 다른 폭력과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학교애서는 어떤 종류의 체벌도 엄격히 금지할 것을 제안한다. 이와 함께,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가하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면, 학교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폭력이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력도 포함된다.

여섯째, 한국 교육에는 학교와 학생의 행위를 간섭하고 통제하는 많은 규제가 있는 데 그런 규제를 혁파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은 그런 규제의 극히 적은 일부분일 뿐이다. 예를 들어, 현행 교육 제도는 학교의 학생선발권, 학생의 학교선택권 등을 부정하고 있다. 등록금, 정원 등에 대한 규제를 폐지한다면 학생선발권, 학교선택권 등을 억제하거나 통제하는 것도 폐지해야 한다.

일곱째, 학벌 위주의 사회가 아니라 능력 위주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회 내의 모든 경제주체는 능력 위주의 사회가 학벌 위주의 사회보다 더 나은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각자는 학벌 위주라는 이념이나 사고를 버리고 능력 위주라는 이념이나 사고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태그 : #간섭주의 #가격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