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저성장 - 10편] 저성장의 원인: 현명하지 못한 재정지출

제3장 저성장
작성자
작성일
2020-05-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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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8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한국경제

편집 : 전계운 대표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3주제에 해당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정부의 모든 재정지출이 현명하고 그 결과 경제성장에 긍정적인가? 경기침체기에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자는 주장을 하는 케인스학파는 모든 재정지출이 ‘현명하다’는 점을 비록 암묵적이지만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모든 재정지출이 현명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정부의 재정지출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은 정부가 정부 고유의 기능을 넘어서서 지출하는 것을 말한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에서 정부의 고유 기능은 그 신봉자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르다. 첫째는 정부가 치안, 국방 등과 같은 기능과 그 기능을 위해 필요한 사법 체계 유지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소위 ‘작은 정부론’이다. 둘째는 정부마저도 민간이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을 ‘아나코-자본주의’(anarcho-capitalism)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강제에 의한 정부는 존재하지 않고 민간이 정부의 기능을 대신 수행한다. 오스트리아학파를 추종하는 경제학자들은 사람에 따라서 전자를 믿기도 하고 혹은 후자를 믿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전자를 채택하기로 한다. 전자의 경우에 연구자에 따라 조세부담률이 5~10%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군사비가 더 많이 들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비록 우리가 그 정도를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비교를 위하여, 2015년 현재 조세부담률은 18.5%, 국민부담률은 26.8%이다. 조세부담률이란 ‘총조세부담/GDP×100’을, 국민부담률은 ‘(총조세부담+사회부담금)/GDP×100’을 계산해서 구한 값이다.1여기에 정부는 앞에서 보았지만 재정적자를 통한 채무도 그 규모가 작지 않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을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이 작은 정부를 넘어서는 정부 지출을 현명하지 못하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유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중요한 네 가지만 요약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세금을 징수하여 공공사업을 한다고 가정하자. 그 경우에 정부의 공공사업으로 일자리가 생겨난다. 이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은 세금으로 인하여 민간의 일자리는 그만큼 감소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 행위의 결과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세금을 징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민간도 세금을 회피하기 위하여 각종 노력을 할 것이기 때문에 민간으로부터 정부로 옮겨가는 일자리는 사실상 그만큼 줄어든다. 여기에는 일부는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일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둘째, 대통령과 같은 정치가를 포함한 관료는 소비자의 수요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들은 그저 자기들이 ‘생각하는’ 소비자 수요에 초점을 맞춘다. 민간 기업가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정부의 행위는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다. 그 점에서 정부의 행위는 궁극적으로는 정치가 또는 관료를 위한 것이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셋째, 정부의 지출은 그 자체가 특혜 또는 특권이다. 정부가 이용 가능한 자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일부의 기업가나 소비자에게 특혜 또는 특권을 주는 것은 그렇지 못한 기업가나 소비자에게는 그런 특혜 또는 특권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정부의 모든 지출은 사람들을 차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장기에서는 사회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넷째, 정부의 지출이 중복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도로를 건설하고 그 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한다고 하자. 그 경우에 행정이 효율적이라면 각종 통신선로, 하수도 시설, 상수도 시설 등을 매설하고 난 연후에 아스팔트로 포장하여 도로를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관련되어 있는 여러 정부 부처, 공기업 등이 아주 잘 협조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결과 단기간에 도로 포장을 부수고 다시 포장하는 일이 자주 반복되지 않을 수 없다. 극단적인 경우에, 도로는 1년 내내 파헤쳐져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정부의 재정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도로를 다시 포장할 때까지 시민들의 불편도 지속된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경제성장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정부가 고유의 기능을 하는 것, 즉 정부의 재정지출이 현명한 경우에는 경제성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절도, 폭행, 사기 등을 잘 막아서 민간의 재산권을 잘 보호한다면 그만큼 민간은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 정부의 재정지출은 민간 의 자본 축적에 기여한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지출이 현명하지 못하면 정부는 민간이 저축한 자본을 소비하게 된다. 앞에서 제시한 이유들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의 재정지출이 민간이 저축한 자본을 얼마나 소비하는가는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한 마디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현명하지 못하면 경제성장은 위축된다.

<표 3-6>은 연도별 일반정부 총지출의 기능적 분류를 보여준다. 2015년 현재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사회보호(20.1%), 교육(16.2%), 경제업무(16.2%), 일반공공행정(15.8%), 보건(12.8%) 등이다. 그 항목들 중에 사회보호 항목은 복지 지출로서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교육은 20년 전에 비하여 조금 감소했지만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보건 항목도 그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국방 항목은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기할 점은 복지지출은 교육, 일반공공행정 항목 등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보호 항목은 과소측정된 것이다.

정부의 지출이 현명한 것은 국방, 공공질서 및 안전 등이고 그것을 좀 더 넓게 정의하면 환경보호, 보건 등도 그런 범위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공공행정을 위한 지출은 그 일부만이 현명한 지출로 볼 수 있다. 물론 앞에서 열거한 항목들도 세부 내역을 알아야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표 3-6>에서 앞에서 열거한 항목을 제외한 항목들은 정부의 현명한 지출로 간주하기 어렵다.

최근에 문재인 정부는 지방균형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사업(예타 면제 사업)을 각 시·도에 허용할 것을 천명했다. 그 일에 예산을 24조 원 정도를 편성할 것이라고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더라도 사후적으로 보면 실패하는 사업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 조사를 면제한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가의 없다고 예측할 수 있다. 예타 면제 사업이 현명하지 못한 정부지출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최저임금제의 영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줄이기 위하여 정부가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에 대규모 재정지출을 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3-6> 연도별 일반정부 총지출의 기능적 분류

(단위: 조 원,%)

연도구분일반공공행정국방공공질서 및 안전경제 업무환경 보호주택 및 지역 개발보건오락 문화 및 종교교육사회 보호합계
1995금액14.310.44.922.52.94.35.91.416.810.894.2
%15.211.15.223.93.14.66.31.517.811.4100.0
2000금액26.615.37.535.24.57.213.13.425.618.7156.1
%17.09.84.822.52.94.68.42.216.412.0100.0
2005금액46.321.710.766.47.29.424.96.244.034.3271.2
$17.18.03.924.52.63.59.22.316.212.7100.0
2010금액69.030.314.774.110.013.346.68.261.864.3392.3
%17.67.73.718.92.53.411.92.115.816.4100.0
2015금액79.638.629.882.012.112.864.411.581.6101.6505.1
%15.87.75.916.22.42.512.82.316.220.1100.0

자료: 김낙년 외, 『한국의 장기통계II』, 해남, p. 1,062에서 인용. 원자료: 한국은행 국민계정




태그 : #재정이론 #큰정부 #아나코캐피탈리즘 #간섭주의 #큰정부

  1. (원문 16번) 총조세부담은 국세, 지방세(지방교부세 제외), 전매익금 등을 합산 것이다. 국민부담금은 한국은행이 작성한 일반정부의 생산 및 수입세, 경상세, 자본세, 사회부담금 등의 합계이다. 김낙년 외, 한국의 장기통계II, 해남, pp. 1,078~1,079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