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저출산 - 3편] 저출산의 원인

제4장 저출산
작성자
작성일
2020-06-17 19:35
조회
1123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사회현안

편집 : 전계운 대표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4주제에 해당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1. 미혼 여성과 기혼 여성

우리가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기 이전에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먼저 기혼 여성(15~49세의 결혼한 여성을 지칭하고 ‘유배우’ 여성이라고 일컫기도 함)의 출산율을 보기로 한다. 이것을 ‘유배우 출산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표 4-2>는 15~49세 속하는 기혼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와 그 분포도를 보여준다. 기혼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는 2015년 1.75명, 2018년에도 1.75명이다.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1 출생아 수는 1명이 조사 대상자의 1/4을 조금 상회하고 2명이 1/2을 상회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자녀 0명이 조사 대상자의 약 7% 수준이고 이는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도 거의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합계출산율과 달리 유배우 출산율은 1.75명으로서 그렇게 낮다고 할 수 없다. 참고로 2016년 OECD 국가의 유배우 출산율 평균이 1.68명이다. 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2018년 현재 기혼 여성의 결혼 시 계획 자녀수는 2.0명이고 이상 자녀수는 2.16명이다.

<4-2> 기혼 여성의 출생아 수 분포도

(단위: %)

2015년2018년
0명7.16.9
1명24.426.4
2명55.953.3
3명11.612.1
4명 이상1.01.3
합계100.0100.0
평균출생아수1.75명1.75명
평균기대자녀수*1.94명1.92명

자료: 이소영 외(2018), pp. 150~163에서 인용. *주: 1. 평균 기대자녀수는 실제 출생아수에 향후 출산을 계획한 자녀수를 합산한 수치임. 유배우의 기대자녀수는 완결출산율(complete fertility rate)의 의미가 있다. pp. 160~161에서 인용.

유배우 출산율(2018년 1.75명)이 그렇게 낮지 않은 데 비하여 합계출산율(2018년 0.98명)이 매우 낮은 것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유배우 출산율은 기혼 여성(15~49세)을 대상으로, 합계출산율은 15~49세 기간의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이다. 한 마디로, 유배우 출산율에 비해 합계출산율이 크게 낮아진 것은 합계출산율 측정에는 미혼 여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미혼 여성에는 비혼과 만혼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저출산의 원인은 미혼이라는 것이다. 미혼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미혼이 심각한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에서 이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 기혼 여성도 2018년에 출생아를 1명 이하를 낳는 경우가 전체의 약 33%이기 때문에 그런 여성은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하겠다.

셋째, 2017~2018년 합계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1980년대 후반의 산아제한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된다.2지금의 30~34세 여성은 1984~1990년에 태어났는데 그 시기 정부는 그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정책을 펼친 결과로 출생아 수가 감소했다. 그 결과 주 출산 연령인 30~34세 여성 인구는 2018년에 156만 6,000명으로 2017년(164만 9,000명)보다 약 5.3% 감소했다. 이 세 번째 원인이 2017~2018년 합계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여기에서 다루지 않는다. 왜냐하면 특별한 대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앞의 두 가지 원인에 대해서만 다룰 것이다.

그러면 저출산의 두 가지 원인 중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2015년 현재 15~49세의 여성 중에 미혼이 44.9%, 유배우 50.0%, 사별 0.8%, 이혼 4.3% 등이다. 3이 수치를 유배우 출산율에 적용하면 15~49세 여성 중에 약 16.7%만이 1명 이하의 자녀를 낳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체 여성의 약 45%인 미혼 여성은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 그 결과로 저출산의 원인으로서는 미혼 여성이 기혼 여성보다 약 2.7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4

미혼은 어느 정도 심각한가? <표 4-3>은 연도별 조혼인율5을 보여준다. 조혼인율이란 특정 연도의 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수를 말한다. 조혼인율은 1980년에 10.6건으로 정점에 도달하고 그 이후에 계속 감소하고 있다. 조혼인율이 가장 크게 감소했던시기는 1995~2000년이다. 아마도 1997년 경제위기로 조혼인율이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00년 이후에도 5년 단위로 조혼인율 약 0.5~0.7건 정도의 감소가 지속되어 왔다. 그 결과 2018년 현재 조혼인율은 5.0건으로 1980년 조혼인율의 1/2 이하가 된 것이다. 혼인을 하는 건수가 반으로 줄어드니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4-3> 연도별 조혼인율

(단위: 건)

연도조혼인율
19709.2
198010.6
19909.3
19958.7
20007.0
20056.5
20106.5
20116.6
20126.5
20136.4
20146.0
20155.9
20165.5
20175.2
20185.0

자료: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주: 1. 1992년 이전 인구는 추계치임.
      2. 1993년 이후 인구는 주민등록인구 사용(2010년 이후 거주 불명 등록자 제외)
      3. 1999년 이후는 남편과 처의 주소가 모두 해외 주소 자료 제외)
      4. 1981년 이후 자료는 신고기준(1970~1980년은 발생기준)

조혼인율은 1980년을 전후하여 정점을 찍고 천천히 하락해왔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 의문은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지만 여기에서 그 일을 할 여유는 없다. 다만 아주 간단히 스케치를 한다면 다음과 같다.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출생한 아이들은 3공화국을 거치면서 3공화국 기간 지속된 과소고용, 높은 물가상승 등으로 혼인할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취업준비 기간과 결혼준비 기간이 이전과 비교하여 점차 더 길어졌다. 1980~2015년 전 기간에 걸쳐서 상급학교의 진학도 결혼에 영향을 미쳤다. 초중고(5~19세) 취학률은 1960년 남녀 합산하여 52.4%, 여자 45.2%이던 것이 2015년에 남녀 합산하여 76.5%, 여자 76.5%로 크게 높아졌다. 취학률이란 각급 학교 학생수를 제시한 학령기 인구로 나눈 값이다. 게다가, 삼포세대, 오포세대 등의 말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비혼도 증가하는 추세임을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그 크기를 추정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1971년 현재 조혼인율이 10.5건으로 정점에 도달하고 2016년 현재 5.0건이다. 2년의 시차를 무시하면, 한국과 일본은 조혼인율의 수준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조혼인율이 정점을 찍은 연도는 1971년이고 그 때 조혼인율은 10.5건이다. 표에서 한국의 조혼인율이 정점을 찍었던 연도는 1980년이고 그 때 조혼인율은 10.6건이다. 이것은 한국의 조혼인율 감소 속도가 일본의 조혼인율 감소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인율이 낮아진 것은 미혼율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20대 전체의 미혼율은 2015년 현재 91.3%(그 중 여성은 87.5%), 30대 전체의 미혼율은 36.3%(그 중 여성은 28.1%) 등이다. 그 결과 2015년 현재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2.6세, 여성은 30.0세이다. 1960년 현재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5.4세, 여성은 21.5세이다. 55년만에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은 7.2세, 여성은 8.5세나 높아진 것이다. 초혼 연령이 높아진 원인은 아래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그리고 평균 초혼 연령은 1960년 이후 거의 예외 없이 높아져왔다.6한 마디로, “여러 가지 경제적 원인과 비경제적 원인→초혼연령의 상승과 비혼의 증가→조혼인율의 하락”이라는 인과관계를 가진다.

한 명의 기혼 여성이 2명의 아이를 낳고 모든 미혼 여성이 평균적으로 1990년대 후반 수준의 초혼 연령에 결혼을 한다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비록 그 수준의 합계출산율이 만족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것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서 미혼이 훨씬 중요하고 기혼 여성의 저출산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서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은 앞에서도 이미 지적했다.

<표 4-4>는 미혼 남녀(20~44세)의 결혼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 비율이다. 결혼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남자는 2015년 현재 전체 미혼 남자의 약 74.5%, 2018년에 약 58.8% 등이다. 2015년 현재 결혼할 의사가 없는 남자는 전체 미혼 남자의 약 9.9%, 2018년 약 18.0% 등이고,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한 경우가 2015년 현재 약 15.6%, 2018년 약 23.3% 등이다.

2015년과 비교하여 2018년에 결혼을 안 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남자의 비중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한 남자의 비중이 약8%포인트 증가했다. 그 결과 전체 미혼 남자 중에서 결혼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남자는 2015년에 비해 2018년에 15.7%포인트 하락했다. 그와 동시에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한 경우도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를 본다. 2015년 현재 결혼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여성은 전체 미혼 여성 약 64.7%, 2018년 약 45.3% 등이다. 2015년 현재 결혼할 의사가 없는 여성은 전체 미혼 여성의 약 13.9%, 2018년 약 25.6% 등이다. 2015년 현재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한 경우가 전체 미혼 여성의 약 21.6%, 2018년 약 29.1% 등이다. 여성의 경우도 남성의 경우와 대동소이하다. 다만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경우에 결혼할 의향을 가진 여성의 비중이 크게 낮아지면서 결혼할 의사가 없는 여성,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여성, 결혼을 결정하지 못한 여성 등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표 4-4>는 2015년에 비해 2018년에 미혼 남녀의 결혼할 의사가 상당히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아직도 그런 추세가 확정된 것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 3년 후의 조사가 이 의문에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18년에 미혼 남녀의 결혼할 의사가 낮아지면서 그것이 2018년 합계출산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4-4> 미혼 남녀의 결혼할 의사

(단위: %)

성별연도결혼할 생각이 있음결혼할 생각이 현재 없음
(주1)
생각해 본적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음
(주2)
남성2015년74.59.915.6100.0
2018년58.818.023.3100.0
여성2015년64.713.921.5100.0
2018년45.325.619.1100.0

자료: 이소영 외(2018), p. 321, <표 11-10>에서 인용 주: 1. <표 11-10>에는 두 개 항이 있으나 의미가 동일하기 때문에 필자가 통합
2. 반올림으로 100%를 넘는 경우가 있음

종합하면, 저출산의 원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 미혼이다. 저출산의 원인으로서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아이를 1명 이하로 낳는 기혼자이다. 이것은 미혼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셋째, 주 출산 연령인 30~34세 여성 인구가 감소한 것도 저출산의 원인이다. 그리고 미혼 남녀의 결혼할 의사가 낮아지고 있음은 조혼인율과 합계출산율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아직까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런 비극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태그 : #경제현안 #한국경제 #사회학

  1. (원문4번) 2015년 이전 합계출산율은 2015년과 2018년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5년 이전 유배우 출생아 수는 1.75명보다 작지는 않을 것을 추정할 수 있다.
  2. (원문 5번) 조선일보 2019년 2월 28일자, 2017~2018년 합계출산율 하락에 대한 최진호 아주대 명예교수의 논평에서 참조.
  3. (원문 6번) 김낙년 외 편(2018), p. 106에서 인용.
  4. (원문 7번) 2015년 현재 15~49세의 여성 중에는 사별, 이혼 등을 한 여성이 있고 이들은 자녀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2.7배라는 수치는 약간 부정확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점을 무시하기로 한다.
  5. (원문 8번) 조혼인율=특정 1년간의 총 혼인 건수/당해 연도의 연앙 인구X1000
  6. (원문 9번) 김낙년 외 편(2018) p. 105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