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 3편] 임금 격차의 원인: 노동조합과 기타요인

제6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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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11-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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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노동과_임금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5주제에 해당하나, 연재 순서의 편집에 따라 본 웹사이트에서는 여섯째 장으로 다루어진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3. 노동조합

노동조합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 시리즈의 1에서 지적했다. 여기에서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임금에 미치는 영향만에 집중하여 분석한다.

고용주가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없는 상태에서 결정되는 임금이 ‘자유시장임금’이다. 현 시점에서 그런 생각이 이미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작금의 한국 노동시장에서 자유시장임금은 경제이론의 눈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해방 직후 좌파 정치가들과 운동가들이 그런 생각을 널리 퍼지게 만들었기 때문에 해방 직후부터 자유시장임금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임금은 ‘제한주의적 임금’이다. 제한주의적 임금도 노동자의 협상력에 따라 그 높이가 각기 다르다.

제한주의적 임금이 자유시장임금보다 얼마나 높은가는 실증의 문제이다. 직관적으로 볼 때, 한국 노동시장에서 제한주의적 임금은 자유시장임금보다 매우 높을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산업화 이후에 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제한주의적 임금을 요구하여 쟁취하였을 뿐만 1989년 이후에는 그 임금의 인상폭마저도 그 이전에 비하여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1 그러나 이것은 현재 시점의 제한주의적 임금의 높이를 말한다. 산업화 초기에 제한주의적 임금이 그렇게 높았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재 시점에서 제한주의적 임금이 그렇게 높은 것은 제한주의적 임금이 해방 이후 50년 넘게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제한주의적 임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여 쟁취할 수 있었던 기업들은 현대자동차, 대우조선 등과 같은 대규모 기업일 뿐만 아니라 규모가 대기업보다 좀 작더라도 노동조합이 잘 조직되어 있는 기업들이다. 그러나 소기업 또는 영세기업에서는 노동조합을 조직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는 제한주의적 임금은 가능하지 않다. 아래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소기업 또는 영세기업은 오히려 제한주의적 임금의 피해자가 된다.

한국 노동시장의 한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대기업(집단)은 노동자들을 뽑을 때 노동시장에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대기업(집단)들의 업종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고 임금을 포함한 복지 수준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20~40대 대기업(집단)까지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업종에 따라서는 더 많은 대기업(집단)이 노동시장에서 경쟁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점은 필자의 직관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높은 임금은 현대그룹 계열사의 임금, 다른 자동차 메이커(예를 들어, 르노삼성 자동차)의 임금, 다른 대기업(집단),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자동차의 제한주의적 임금이 규모가 큰, 다른 대기업에 미치는 정도는 노동시장에서 그 기업이 얼마나 현대자동차와 경쟁관계에 있느냐에 달려있다.

한 마디로, 규모가 큰 기업에서의 높은 제한주의적 임금은 노동조합이 없는 다른 대기업의 임금을 끌어올린다. 다시 말하면, 노동조합이 없는 다른 대기업의 임금도 자유시장임금이 아니고 노동조합의 제한주의적 임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규모 기업의 제한주의적 임금이 노동시장을 지배하면 자유시장임금을 관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 결과 두 임금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를 아는 것은 쉽지 않다. 두 임금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조립 노동자의 임금이 도요타나 폭스바겐 자동차 조립 노동자의 임금보다 높다는 것을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노동자의 생산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이 사실은 대규모 기업의 제한주의적 임금이 얼마나 높은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임금이 자유시장임금보다 얼마나 높은가를 알 방법은 없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지적일 것이다. 매우 정밀한 실증 분석이 없다면 말이다.

노조가 활발한 활동을 하는 대규모 기업의 제한주의적 임금은 1차적으로는 실업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실업자들은 취업의 기회를 다른 곳에서 찾고자 한다. 그 곳은 해당 대기업(집단) 1차 하청업체, 2·3차 하청업체, 업종이 전혀 다른 중소기업, 자영업2 등이다. 극단적인 경우에 그런 실업자들은 반영구적 실업자들 또는 영구적 실업자들이 된다. 어느 경우에나 그 때의 임금은 자유시장임금보다 낮아진다. 자신이 소지한 기술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수록 임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도 늘어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윤율을 끌어내리고 그 결과 임금도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조합 때문에 만들어진 실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자영업에 취업한다는 것, 그 결과 그 곳에서의 임금을 낮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크기의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예상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자유시장임금을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대규모 기업의 제한주의적 임금의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어렵다.

대기업(집단) 노동조합의 제한주의적 임금이 다른 대규모 기업(집단)의 자유시장임금을 올라가게 만들고 중소규모 이하 기업의 자유시장임금을 내려가게 만든다.3 이 점은 노동조합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임금과 중소규모 이하 기업의 임금은 자유시장임금이 아니다. 비록 시장에서 결정되고 있지만 말이다.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집단)의 제한주의적 임금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요약한 이론적 관계의 실증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만약 우리가 개별 노동자의 임금을 종속변수로 하는 경우에, 대기업의 경우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여부는 임금의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임금의 결정 요인을 분석한 모든 연구에서 이런 관계는 확인된다.4

둘째, 필자는 앞에서 노동조합이 없는 대기업(집단)의 경우에도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집단)의 임금의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셋째, 필자는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오히려 임금이 자유시장임금보다 낮아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타 기업의 노동조합 때문에 중소기업이 지불하는 노동비용은 증가한다.

그러나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에 이런 관계에 대한 연구는 찾아 볼 수 없다. 실증 연구자들이 이런 이론적 관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시장임금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증 분석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노동조합의 영향은 미미하다. 노동조합의 파업은 거의 볼 수 없고 단체협상만 목격할 수 있지만 그것마저도 대기업에만 일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한국과 달리, 일본 노동자의 임금은 정확히 자유시장임금은 아니지만 자유시장임금의 근사치로 간주할 수 있다.5

그러나 일본 노동자의 임금과 한국 노동자의 임금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노동시장은 지역, 노동자의 특성들 등의 요인들에 의해 작지 않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 한계를 인식하고 두 나라 노동자의 임금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일본의 2017년 기업규모별 임금은 1~4인은 2,270천 원, 5~9인 2,665천 원, 10~99인 2,893천 원, 100~499인 3,034천 원, 500인 이상 3,455천 원 등이다. 이 자료는 노민선(2019)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노민선(2019)은 일본의 2017년 임금 자료를 2019년 3월 25일 자 환율을 이용하여 원화로 변환하는 잘못을 범했다. 그러므로 이 자료에서 평균임금의 절대액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동일한 환율을 적용하였다면 기업규모별로 임금의 격차 비율은 문제가 없다고 하겠다.

2017년 일본 500인 이상 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기준으로 1~4인 기업의 노동자 임금은 65.7%, 5~9인의 경우에는 77.1% 등이다. 한국의 기업 규모의 기준이 일본과 조금 다르다. 한국의 경우 2017년 300인 이상 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기준으로 5인 미만 기업의 노동자는 35.5%, 5~29인 기업의 경우는 54.4% 등이다. 두 규모의 기업을 직접 비교하면 5~29인 규모의 기업은 한국이 일본보다 약간 유리하다.

한국이 일본보다 1~4인 기업의 경우는 약 30%, 5~29인 기업의 경우는 약 23% 정도로 낮다. 즉 23~30%라는 수치는 대기업 노동조합의 제한주의적 임금으로 중소기업 또는 영세기업에 종사하는 한국인 노동자가 잃고 있는 임금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몇 가지 전제를 하고 만들어낸 추정치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기업(집단) 노동조합의 제한주의적 임금이 중소기업 또는 영세기업의 임금을 얼마나 하향 압박하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한국 대기업(집단)은 자유시장임금보다 얼마나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가? 일본 500인 이상 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1~4인 기업의 월평균 임금보다 1.522배 높다. 이 배수를 자유시장에서 나타나는 임금 격차라고 가정한다. 이 배수를 한국 5인 미만 기업의 월평균 임금인 1,745천 원에 곱하여 그 값을 구하면 2,655.9천 원이다. 이것이 300인 이상 기업이 받게 되는 자유시장임금의 추정치이다. 300인 이상 기업의 월평균 임금 4,902천 원에서 2,655.9천 원을 빼고 남는 값을 4,902천 원으로 나누고 백분율로 환산하면 약 45.8%가 나온다. 이것은 300인 이상 기업에서 노동자가 노동조합 때문에 더 받게 되는 임금의 크기를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몇 가지 전제를 하고 만들어낸 추정치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기업 노동자의 제한주의적 임금이 자유시장임금보다 얼마나 높은가를 짐작하게 한다.

앞에서 계산한 값을 합산하면, 300인 이상 기업과 1~4인 기업 간의 노동조합으로 인한 임금 격차는 약 75.8%이다. 이 수치는 실제보다 약간 크게 추정된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일본의 자유시장임금의 기업규모별 격차는 현실의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보다 작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본에서도 노동조합의 영향이 완전히 없기 때문에 노동시장이 완전한 자유시장으로 간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영준(2019, p. 106~110)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노동자(임원진, 중역, 중견 간부 등)를 제외하고 2015년 현재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과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을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는 노동조합 비가입자의 월평균 임금이 노동조합 가입자의 월평균 임금보다 39%나 낮았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분석은 기업규모에 따라 노동조합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지 않는다. 만약 노동조합 가입자의 월평균 임금을 기업의 규모에 따라 나열하고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노동하는 노동조합 비가입자의 임금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그가 제시한 수치보다 더 클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이 기업규모 별 임금 격차에 미친 영향은 노동조합 비가입자의 월평균 임금의 약 40%보다는 크고 약 76%보다는 작을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4. 기타 요인

Oi and Idson(1999), Barth and Freeman(2018) 등에 따르면 노동자의 임금은 함께 근무하는 동료의 구성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숙련 노동자가 많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소수의 비숙련 노동자 임금이 그렇지 않은 기업의 비숙련 노동자 임금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숙련 노동자가 많을수록 비숙련 노동자가 숙련 노동자의 도움을 받아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왜냐하면 숙련 노동자가 많을 때가 적을 때보다 비숙련 노동자의 학습효과를 쉽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숙련 노동자의 비중은 기업의 크기와 정비례 한다. 그러나 이것은 실증의 문제이다. 그리고 직관적으로 볼 때 현실에서 이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자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은 클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비율, 노동시간, 남녀, 최저임금 등도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투하된 자본이 많으면 정규직의 비율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투하된 자본이 적으면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런 경향(tendency)을 말해 줄 뿐이다.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투하된 자본의 크기는 기업의 규모도 동시에 결정한다. 노동시간이 많아지면 임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기업의 크기와 일반적인 관계가 없을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남녀의 임금 차이는 모든 기업규모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규모별 임금 격차를 설명 하는 데는 의미가 없다. 최저임금은 임금이 매우 낮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최저임금은 규모가 작은 기업의 평균 임금을 들어 올리지만 규모가 큰 기업에는 영향이 없다.

5. 종합

<표 5-1>은 기업 규모별 월임금총액을 보여준다. 2017년 현재 300인 이상 기업의 월 임금총액은 5인 미만 기업 월임금총액의 약 2.8배이다. 물론 이것은 평균값이다. 이렇게 기업 규모에 따라 노동자의 월임금총액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앞에서 지적한 기타 요인 등을 무시하면, 세 가지이다. 기업의 자본 투입 양, 노동자의 자본 투입 양, 노동조합 등이다. 세 요인이 현실의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가를 규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노동조합의 경우에, 비록 필자가 몇 가지 전제를 하고 그 정도를 추정했지만 말이다.




태그 : #한국경제 #가격통제 #생산이론 #간섭주의 #빈곤

 
  1. (원문 5번 각주) 해방 이후부터 3공화국까지의 제한주의적 임금에 대해서는 전용덕(2019)을 참조.
  2. (원문 6번 각주) 한국에서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가 대기업의 높은 제한주의적 임금이다.
  3. (원문 7번 각주) 엄밀히 말하면, 이 임금은 자유시장임금도 아니지만 제한주의적 임금도 아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의 제한주의적 임금의 근사치이다. 이것은 노동조합이 없는 대기업 또는 대기업집단도 다른 기업의 노동조합 때문에 어떤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그 크기가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이 지불하는 대가보다는 작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다른 기업의 노동조합의 영향으로 중소기업의 경우는 임금이 낮아지지만 충분한 노동자를 구할 수 없고 그 결과 중소기업이 지불하는 노동비용은, 다른 기업의 노동조합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증가한다.
  4. (원문 8번 각주) 예를 들어, 송상윤(2018) 참조.
  5. (원문 9번 각주) 일본 노동시장에서 노동조합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한주의적 임금과 그 영향을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그렇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