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노동시장 - 4편]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 - 임금의 다중구조

제1장 노동시장
작성자
작성일
2020-02-25 15:07
조회
908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한국경제

편집 : 전계운 대표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1주제에 해당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제1장 노동시장 - 1편] 한국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 문제 제기
[제1장 노동시장 - 2편]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 -  높은 청년 실업률과 낮은 취업률
[제1장 노동시장 - 3편]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 - 점증하고 있는 불완전 고용과 장시간 노동
[제1장 노동시장 - 4편]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 - 임금의 다중 구조
[제1장 노동시장 - 5편]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 -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강제전환
[제1장 노동시장 - 6편] 한국 노동시장 문제의 원인 - 노동조합
[제1장 노동시장 - 7편] 한국 노동시장 문제의 원인 - 경기변동
[제1장 노동시장 - 8편] 한국 노동시장 문제의 원인 - 최저임금
[제1장 노동시장 - 9편] 한국 노동시장 문제의 원인 - 연공서열제
[제1장 노동시장 - 10편] 한국 노동시장 문제의 원인 - 실업보험
[제1장 노동시장 - 11편] 노동시장 문제의 해법 - 원인요약
[제1장 노동시장 - 12편/完] 노동시장의 문제의 해법 - 다른 해결책들

제2장 교육시장 -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9편, 10편/完, 부록 1편, 부록 2편)
제3장 저성장 -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9편, 10편, 11편, 12편/完)

제4장 저출산 -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完)
제5장 부동산 -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9편, 10편, 11편, 12편/完)
제6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 (1편, 2편, 3편, 4편/完)
제7장 소득불평등 - (1편, 2편, 3편, 4편, 5편/完)
제8장 기타문제 - (1-1편, 1-2편, 1-3편, 2-1편, 2-2편, 3-1편, 3-2편, 4-1편, 4-2편, 완결편)

임금의 다중 구조

<표 1-3>은 2015년 현재 성별·업체규모별 월급을 보여준다. 이 표에 나타난 임금의 특징을 알아본다.

첫째, 모든 규모의 업체에서 남성의 월급이 여성의 월급보다 평균적으로 많다.

둘째,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업체의 규모에 비례하여 월급이 평균적으로 많아진다.

셋째, 남성의 500인 이상의 월급과 5~9인의 월급의 차이는 약 2.2배이나 여성의 경우 그 차이는 약 2.1배이다. 이것은 업체규모별로는 남성과 여성의 월급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1-3> 2015년 성별·업체규모별 월급

(단위: 천원)


전규모 5~9인 10~29인 30~99인 100~299인 300~499인 500인 이상
전체 3,269 2,400 2,762 2,982 3,340 3,883 5,481
3,780 2,777 3,182 3,393 3,800 4,496 6,124
2,362 1,884 2,085 2,219 2,425 2,799 3,922
자료: 김낙년 외 편, 한국의 장기통계I, 도서출판 해남, 2018, p. 206에서 작성

임금의 구조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기업의 규모에 따라 임금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표 1-3>에서 2015년 현재 500인 이상 기업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5481만원, 5~9인 기업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2400만원이다. 2015년 현재 500인 이상 기업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5~9인 기업 노동자의 평균임금의 약 2.28배가 된다. 이러한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두 가지란 기업의 생산성의 격차와 노조에 제한주의적 임금을 말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분석할 것이다.

앞에서 서술한 한국 노동시장 임금의 세 가지 특징은 평균적인 것만을 보여준다. 문제는 <표 1-3>에 나오는 월급이 자유시장임금이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자유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자유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이라도, 평균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많다. 평균적으로, 대기업의 자본량이 중소기업의 자본량보다 많고 자본량이 노동자의 생산성과 임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은 대기업의 노동자가 중소기업의 노동자보다 생산성이 높고 그런 생산성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에 투하된 자본의 양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자유시장일 때 임금결정 방법이다. 다시 말하면, 자유시장일 때도 임금은 업체규모와 비례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평균적인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하 ‘노조’로 약칭)이 만들어지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산업에 노조가 세워지면 노동시장은 이미 자유시장이 아니다. 현재의 한국에서 노동조합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노동조합을 운영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무노동조합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노동조합 때문에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한국의 노동시장은 전체가 자유시장이 아니고 그 결과 <표 1-3>도 자유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자유시장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노사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노사협상은 매우 평화롭게 진행될 수도 있고 파괴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그 과정이 어떻든, 노동조합과 고용주가 협상에 의해 결정하는 임금을 ‘제한주의적 임금’(restrictionist wage) 또는 제한주의적 가격이라고 한다. 이 임금은 자유시장임금보다 언제나 높다.

예를 들어, 강성 노조가 있는 현대자동차의 임금은 대표적인 제한주의적 임금의 예이다.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노조가 존재한다. 한국 자동차5사의 2016년 기준 평균임금은 9,213만원이다. 같은 시점의 도요타의 평균임금은 9,104만원, 폴크스바겐의 평균임금은 8,040만원이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5사가 자동차 1대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8시간인 반면에 도요타는 24.1시간, 포드 21.3시간, GM 23.4시간이다.1

도요타와 비교하여 한국 자동차5사가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1.2%나 많은 데 비하여 임금은 약 1.2%나 높다. 현대자동차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현대자동차의 평균임금은 동종 업계의 평균임금보다 85% 정도 높다. 이렇게 임금이 높게 된 데는 5공화국 이후 대투쟁으로 임금이 크게 올랐지만 그 이후에도 현대차 노조는 지속적으로 높은 제한주의적 임금을 쟁취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노조의 제한주의적 임금은 대투쟁 이후에 거의 30년간 지속적으로 자유시장 임금보다 높았고 그것이 현대자동차의 높은 평균임금을 초래했다. 그리고 연공서열제 방식의 임금제도도 제한주의적 임금을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대기업 노조의 제한주의적 임금은 노조가 없는 다른 대기업의 임금을 올라가게 만든다. 한국에서 대기업, 특히 대기업집단은 많은 업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재무 능력에 따라 임금 상승 정도는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2016년 평균 연봉은 1억 700만원이고 대한민국 전체로는 10위이다. 이 임금은 <표 1-3>에서 2015년 5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임금인 연봉 7,350만원보다 월등히 많을 뿐만 아니라 그 격차의 일정 부분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높은 제한주의적 임금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자유시장임금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의 제한주의적 임금의 영향을 측정 또는 추정할 수 없다.

제한주의적 임금 때문에 실업이 발생하고 그 실업자들은 동일 산업의 중소기업, 산업이 완전히 다른 중소기업 등에 취업하거나 자영업자, 영구적 실업자들 또는 반영구적 실업자들 등이 된다. 극단적인 경우에 실업자는 이민을 가거나 자살하기도 한다. 이것은 대기업의 제한주의적 임금 때문에 발생한 실업자들이 중소기업의 임금을 자유시장임금보다 낮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중소기업에서 자유시장임금보다 낮아진 현실의 임금을 중소기업의 자유시장임금과 구분할 방법은 없다.

한 마디로,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제한주의적 임금은 자유시장임금보다 높아지고, 노조가 없는 다른 대기업의 임금도 높게 만들며, 중소기업에서의 임금은 자유시장임금보다 낮아진다. 이제 시장에는 크게 분류하여 세 가지 임금이 존재하게 된다. 즉 노동시장의 임금이 삼중 구조 또는 다중 구조가 된다. 한국 노동시장의 임금 구조를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임금, 최저임금 등도 포함해야 한다. 그것들을 포함하면 한국 노동시장의 임금은 오중 구조 또는 다중 구조가 된다.

그러나 한 기업에서 노조가 세워져서 노동시장이 정부의 통제된 시장이 되면 우리는 자유시장임금을 식별할 수 없다. 그 결과 제한주의적 임금이 자유시장임금보다 얼마나 많은지, 노조가 없는 대기업에서의 임금이 자유시장임금보다 얼마나 많은지, 중소기업 등에서의 임금이 자유시장임금보다 얼마나 적은지를 ‘실증적으로’ 식별할 방법은 없다. 그 일은 순전히 경제이론으로만 가능하다.

다음 절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대기업 노조에서 해고된 노동자는 노조가 없는 다른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영구적 또는 반영구적 실업자 등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의 규모에 따라, 즉 자본의 크기에 따라 임금의 크기도 달라진다. 업체의 규모에 따라 투하되는 자본이 다르고 그 결과 결정된 임금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노동시장이 노동조합 때문에 왜곡되지만 자유시장의 힘도 여전히 일정한 영향을 미침을 부인할 수 없다.

<표 1-3>에 나오는 평균 임금은 노동조합이 힘이 기업들의 임금에 미친 영향과 지유시장의 힘이 미친 영향이 합산되어 나온 결과이다. 노조의 영향은 노조의 조직률만큼이나 보통 사람들이 노조에 얼마나 동정적인가에도 달려있다. ‘귀족노조’ 또는 ‘강성노조’라는 말이 생기기 전까지 보통 사람들은 노조에 대하여 동정적이었다. 그런 인식은 노조가 제한주의적 임금을 최대한 올릴 수 있었고 그 결과 다른 기업들의 임금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간 임금을 비교하기로 한다. 한국은 2016년 현재 5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6,097달러이고 같은 해 GDP의 1.91배이다. 미국은 2015년 현재 동일 규모 대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4736달러이고 같은 해 GDP의 1.01배, 일본은 2016년 현재 동일 규모 대기업의 일본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4079달러이고 같은 해 GDP의 1.16배, 프랑스는 2015년 현재 월평균 임금은 5238달러이고 같은 해 GDP의 1.55배이다.2

이렇게 한국에서 대규모 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같은 조건의 다른 나라 노동자 임금보다 크게 많은 이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노동조합 때문이다. 대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많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동조합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에 의한 임금인상이 1988년 이후 누적되어왔기 때문에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그렇게 높아진 것이다.

앞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보았다. 이러한 격차는 다른 나라에서의 격차보다 훨씬 크다. 2017년 현재 한국의 10~99인 중소기업의 임금은 5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의 57%였으나 미국·일본·프랑스 등은 이 비율이 69~73%였다. 한국의 5인 미만의 기업의 경우에 노동자는 대기업 노동자의 33%였으나 미국은 79%, 일본 65%, 프랑스 59%였다. 이것은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 비해 한국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임금 격차가 크게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검토는 아래에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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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http://www.jayoo.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0

  1. (원문 5번 각주) 조선일보 2018년 2월 13일자.
  2. (원문 6번 각주) 이 문단과 다음 문단의 통계자료는 조선일보 2018년 11월 28일자.